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너무 덥지도 않고 날씨가 놀러 가기 딱 좋다.
그래서 그런지 비행기 값도 숙소 값도 어딜 가려고 해도 평소보다 배는 비싸다.
그래도 남편이 여행을 꼭 가고 싶은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아보더니 덴버에 가자고 했다.
생소한 지명을 듣고 거기가 어딘가 했지만 그래도 여행은 좋기 때문에 그러자고 했다.
그렇게 떠난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는 두 번째 미국 여행.
전날 미리 예약해 둔 우버를 타고 새벽부터 움직였다.
여행 간다고 신났는데 새벽에 탄 우버도 노래방인지 관광버스인지 분간이 안 가서 더 신났다.
우리는 미국 저가 항공사인 프론티어 항공을 이용했는데 이른 아침에 비행기를 여러 대 띄워서 그런지 오헤어 공항에서 유난히 줄이 길었다.
여러 목적지가 뒤섞여 줄을 서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불안했는데 마침 프론티어 직원 분이 시간이 얼마 안 남은 목적지 사람들을 찾아서 짧은 줄로 이동시켜 줬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라 재밌었다.
우리는 혹시나 비행기 못 탈까 봐 뛰어왔는데 탑승 마감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유롭게 걸어서 들어오는 미국인들.
거의 이륙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사람들을 태우는 거 보고 괜히 뛰어 왔다 싶었다.
그래도 이륙 시간은 얼추 비슷하게 출발했고 덴버도 예정 시간보다 20분 정도 더 빨리 도착했다.
연착을 밥 먹듯 한다고 했는데 우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덴버에 본사가 있는 프론티어 항공사는 저가 항공사라서 서비스는 기대 안 하는 편이 좋다.
물도 돈을 주고 사 먹어야 하니 비행기 안에서 뭘 먹고 싶다면 공항에서 사 오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기장님의 운전 실력이 정말 뛰어나다고 해야 하나 이륙과 착륙이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었다.
타 본 비행기 중에 이륙과 착륙을 제일 잘한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도착한 덴버 공항은 이동하기도 편하고 오헤어 공항보단 훨씬 깨끗해서 좋았다.
렌터카 버스 타는 곳은 공항 안내판에 표시되어 있으니 보고 따라가면 이렇게 무료로 운영 중인 렌터카 버스가 보인다.
우린 헤르츠 업체를 통해 렌터카를 빌렸기 때문에 헤르츠 버스를 탔다.
버스 내부에는 캐리어 두는 곳도 많고 좌석도 깨끗하고 넓다.
우리가 타자마자 거의 바로 출발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렌터카 빌린 사람 이름과 위치를 표시해 놓은 전광판이 보인다.
우리 이름은 없어서 사무실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위치를 알려 주셔서 그쪽으로 이동했다.
참고로 렌터카 어플에도 차를 어디서 탈 수 있는지 표시되어 있으니 그걸 보고 이동하면 된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강렬한 색감.
일단 외부랑 내부 사진을 꼼꼼하게 찍고 차에 탑승을 해 보았다.
승차감이 별로라는 평이 자자한 거에 비해선 나쁘지 않았다.
물론 도로 상태를 매우 잘 알 수 있는 차량이고 비가 올 때나 바람이 불 때 소음이 좀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하이브리드라서 기름도 생각보다 빨리 달지 않았고 3일 동안 하루 종일 타면서 기름을 세 번 넣었다.
마지막에 기름을 넣은 건 기름을 풀 충전 해서 차를 반납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처음엔 색감 때문에 부담스러웠지만 마지막엔 헤어지는 게 슬펐던 랭글러.
참고로 렌터카 업체에서 나갈 때 면허증 검사를 하니 미리 준비하고 있으면 더 빨리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여행 첫날부터 비가 와서 조금 슬프긴 했지만 그래도 이동하는 동안 보이는 자연경관이 너무 아름다웠다.
시카고에서 빌딩만 보다가 로키 산맥과 드넓은 평야를 보니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드라이브를 해 도착한 곳은 덴버 비스킷 컴퍼니.
미국 남부식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가게 내부는 넓고 깨끗했다.
바도 있어서 혼자서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가족들끼리 먹을 수 있는 널찍한 테이블도 많았다.
메뉴판을 보고 고민을 하다가 주문한 것은 바로 더 로라와 더 달리아 그리고 사이드로 와플 프라이를 주문했다.
남부식에는 비스킷이 나온다고 해서 뭔가 했더니 햄버거에 빵 대신 비스킷이 들어간 거였다.
그리고 이 가게에서 만드는 메이플 시럽에 찍어 먹는 방식이었는데 저 메이플 시럽이 진짜 맛있었다.
이런 비유하면 좀 그렇긴 한데 끈적한 콧물 같은 질감이었지만 그렇게 달지 않고 확실히 마트에서 파는 메이플 시럽과는 다른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사이드로 주문한 감자튀김도 맛있었는데 메이플 시럽에 찍어 먹으니 더 맛있었다.
만약 여기서 음식을 주문할 거라면 프라이드치킨이 들어간 음식은 꼭 시켜 먹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비스킷 안에 든 치킨이 진짜 미국에서 먹어 본 치킨 중에 제일 맛있었다.
배를 든든하게 채웠으니 이젠 식후 커피를 마실 차례다.
근처에 있는 카페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비가 그쳐 해가 쨍쨍해지니 더욱 여행하는 기분이 났다.
저마다의 개성이 강한 예쁜 주택들을 보니 왜 덴버가 미국에서 은퇴하면 살고 싶은 도시인지 알 것 같았다.
도착한 카페도 외관부터 개성이 강했다.
카페 운영도 하고 요가 클래스(?)도 운영하고 숙소도 제공하고 하는 곳 같았는데 카페 사장님이 선인장과 버섯을 사랑하는 분 같았다.
선인장을 팔기도 하고 버섯 관련된 인테리어가 많았다.
덴버에서 나오는 광물 원석을 팔기도 하고 액세서리를 팔기도 하고 여러 가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카페에서 나오는 음악도 그렇고 가게 내부 분위기도 그렇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메뉴판을 봐도 도저히 무슨 음료인지 감이 안 와서 그냥 추천 메뉴로 주문했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기 전까지 가게 내부를 둘러보았다.
3층까지 있었는데 2층에는 요가 클래스인지 명상 클래스인지 운영하는 공간이 있었다.
방마다 각기 다른 인테리어로 꾸며놨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있으니 이 카페에 온다면 꼭 둘러보길 추천한다.
정말 미국 집에 놀러 온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재밌게 둘러보니 음료가 나왔다.
저기 왼쪽에 있는 음료가 추천 메뉴인 Enchanted Forest였는데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오묘하지만 맛있는 음료였다.
녹차와 에스프레소, 장미, 바닐라 등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장미 향이 나는 녹차 라테 비슷한 맛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선호하는 맛에 가까웠고 다른 음료도 마셔보고 싶었다.
남편이 주문한 음료는 그냥 평범한 차였기 때문에 재미가 없었다.
만약 시카고 다운타운에도 이런 카페가 있다면 자주 들르지 않았을까?
힐링되는 기분과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재밌는 곳이었다.
음료를 다 마시고 다음 목적지인 덴버 센트럴 마켓으로 이동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져서 다음번에 이어서 올리도록 하겠다.
'미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카고 맛집 CAVA와 The Wormhole Coffee (6) | 2025.06.03 |
---|---|
나일스 커피 맛집 W Coffee & Tea (6) | 2025.06.02 |
시카고에서 국밥이 먹고 싶다면? 토속촌! (8) | 2025.06.01 |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클라이밍하기 First Ascent (4) | 2025.05.31 |
시카고에도 생겼다! Harry Potter Shop Chicago (6) | 2025.05.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