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다시 겨울이 되었다.
어릴 땐 어렴풋이 공감했던 그 말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더욱 피부에 와닿는다.
시간은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는 모래와 같이 흘러간다.
올해 1월, 매서운 겨울에 시카고에 도착하여 아등바등 적응하려다 보니 한 것 없이 벌써 12월을 앞두고 있다.
아직 12월이 남았지만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준비하여 땡스기빙 퍼레이드를 보러 가려니 벌써 연말을 맞이하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 경험하는 것들과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해 힘들었던 부분들, 그리고 나의 부족한 점들.
올해는 정말 신생아처럼 살아남은 것 같다.
아직도 적응하는 중이고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말이다.
많은 군중 속에서 퍼레이드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저 멀리서 칠면조가 온다고 어느 누가 소리쳤다.
그리고 드디어 다가온 거대한 칠면조 풍선.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들고 있는 모습이 그런 나를 격려하는 것 같다.
생각보다 거대하고 못 생긴 칠면조 풍선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다음으로 화려한 색색의 드레스를 입고 나온 사람들.
브리저튼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데 딱히 퍼포먼스 없이 손만 흔들고 지나갔다.
스타워즈 복장을 입고 나온 사람들.
스타워즈를 본 적이 없어서 크게 관심이 가진 않았지만 미국에는 스타워즈 팬이 많은 것 같았다.
Jewel osco라는 마트의 마스코트라는데 몬스터 주식회사가 생각났다.
미국은 저런 못 생긴 애들(?)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한국 관련 퍼레이드는 두 팀이 있었는데 뭔가 국뽕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루돌프 귀와 코를 달고 나온 벤츠들.
퍼레이드에서 차가 참여한다는 게 신기했다.
중국 관련 퍼레이드도 두 팀인가 세 팀 정도 있었다.
다이어트를 했는지 빈약해 보이는 팬더였다.
차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무슨 차인 지는 모르겠지만 이 추운 겨울 문을 활짝 열고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참여한 팀도 많았는데 각 학교마다 밴드 실력이 달라서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잘 노는 친구들이 모여 있는 학교와 딱 봐도 모범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들이 보였는데 각 학교마다 아이들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서 또 재밌었다.
시카고의 '꽃보다 남자' F4들.
뭔가 이렇게 뜬금없는 조합이 퍼레이드 중간중간마다 있었는데 정말 미국스러웠다.
자유분방하면서도 다양한 느낌.
미국 경찰들은 저렇게 종종 말을 타고 다니더라.
볼 때마다 신기하다.
그리고 귀여운 루돌프 풍선이 뒤따라 왔다.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산타팀.
퍼레이드의 마지막을 장식해 주었다.
여기 사진에는 없지만 정말 많은 팀들이 퍼레이드에 참여하였고 퍼레이드는 거진 2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추웠지만 재밌었던 퍼레이드.
매년마다 퍼레이드의 구성이 달라진다고 하니 다음에는 가격만 괜찮으면 VIP석을 구매해볼까 싶다.
다만 정말 추우니 단단히 무장하고 따뜻한 커피와 간단한 요깃거리를 챙겨가는걸 내년의 내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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